머리글
부모와 교사의 마음이 하나 되는 따스하고 생생한 현장 이야기
나는 영유아 교사를 양성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 오면서 시대와 가치의 변화에 따라 교육현장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체감해 왔다. 특히 인권이 중시되고 출산율이 저조한 오늘날, 아이 한 명 한 명의 소중함과 권리존중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는 마땅한 일이다. 현재 시행되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과 교사교육 커리큘럼에 학습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내용이 반영된 이유이다.
이러한 추세와 함께 잊을 만하면 보도되는 아동학대 사건으로 교권이 추락하고 교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형성되는 것도 사실이다. 성실하고 유능한 교사들이 위축되어 교육현장을 떠나거나, 자질 있는 학생들마저 교사자격증을 포기하고 진로를 바꾸기도 한다. 아동학대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지만, 일어탁수(一魚濁水) 현상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마저 교육현장을 떠나는 시대적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한편 교권의 추락은 학부모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은 일이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일이 드물게 발생하는 일이라 해도 내 아이가 관련되면 부모 입장에서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서도 안심하지 못해 직장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교사가 어떤 사람인지 신뢰하지 못해 마음이 불안하다. 때로는 원하는 교사를 담임으로 교체하거나 배정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학부모가 신뢰할 수 있는 교사를 만나고 싶은 것은, 내 아이를 맡은 교사를 신뢰하고 싶은 학부모의 마음을 말해 준다. 교권을 인정하고 싶고 교사가 그 교권으로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존중해 주고 잘 가르쳐주기를 기대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를 위해 교사는 부모의 신뢰가 필요하고 부모도 교사를 신뢰하기 원한다면 이 불신의 풍토는 왜 개선되지 않는가?
학습자 권리를 존중할 줄 아는 좋은 교사가 교육현장을 떠나거나 양성되지 않는다면, 학습자를 존중하는 교육과정은 누가 운영하는가?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할수록 그 한 명을 위해 교육현장을 지켜야 할 교사는 어떤 교사이어야 할까?
아이를 사랑하는 교사가 아이들을 떠나지 않고 교직자의 길을 완주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과연 아동권리와 교권은 상충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들이 언제 내게 찾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이 질문들이 머리가 아닌 내 가슴 속 어딘가에 터를 잡고, 집을 짓고, 떠날 생각을 하지 않으며 나를 성가시게 한다. 아니, 질문의 답을 찾으라고 요구하는 것만 같다. 답을 명쾌하게 언어화하지 못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과 교사 모두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책을 쓰는 일.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일하다는 것.
아이가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 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자 부모와 교사가 함께 지향해야 할 바가 된다는 것.
이 사실에 근거하여 나는 이 책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어린 자녀 를 둔 부모와 교사를 포함하여 양육공동체로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가슴이 따뜻 하게 공명되는 현장의 이야기로 채우고자 했다. 즉, 나는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 사 랑하고 가르치며 동반성장하는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교사와 부모를 포함한 우리 사회 구성원의 상호 신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영유아기는 신체ㆍ언어ㆍ인지ㆍ사회ㆍ정서 발달의 결정적 시기로 초등학교 이후와 다른 독특한 발달적 특성이 있다. 영유아기 아동의 권리존중은 이 발달적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불가능하다. 영유아의 발달적 특성과 이에 적합한 교육운영에 대한 지식과 기술의 훈련을 마친 전문가가 영유아 교사이다. 영유아 교사라면 당연히 영유아의 권리를 존중해야 하고 국가는 이를 전제로 교사자격증을 부여한다. 한편 영유아는 아직 부모에의 의존도가 높기에 교육의 효과를 위해 부모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내 아이를 위해 부모가 교사를 신뢰하고 가정이 기관과 연계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아이들과 교사의 활동을 담은 이야기 소개와 함께, 제시된 이야기와 관련된 교육적 팁을 부모를 위하여 알기 쉽게 정리하였다. 또한 교육현장과 관련하여 일부 부모와 관련된 사례들을 추가로 포함하였다. 중간중간에 현직 교사의 일기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짧은 사례에서 전달되기 어려운 교사 내면의 성찰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일반적인 책들과 다른 이 책의 색다른 구성방식은 부모와 교사의 상호 이해와 신뢰에 좀 더 도움이 되고자 고민하다가 결정되었다.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 더 빛을 발할 수 있기를, 어린아이를 사랑으로 가르치는 교사가 부모로부터 신뢰를 받고 더 힘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 책을 통해 성실과 인내와 소명으로 교육현장에 임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진솔한 울림으로 퍼져 우리 사회에서 교사 이미지가 향상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 책의 독자가 영유아 교사 및 예비교사, 영유아 부모 및 예비부모, 나아가 다음 세대 양육과 교육에 관심 있는 누가 되든지, 상호 신뢰하는 마음을 갖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현장이 되는 데에 하나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사례를 정리하고 다시 타 사례들과 비교, 검토하면서 영유아교육현장의 일반적인 사례로 서술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제자들에게 감사를 표 한다. 사례뿐 아니라 집필 과정 내내 용기와 아이디어를 제공한 여인우 선생님, 사 례들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수정해 준 배채현 선생님, 이 책의 시작이 가능하도록 실제적 도움을 주고 자신의 사례를 원자료로 진솔하게 내어준 문지현 선생님, 밤이 나 주말이나 필요한 자료 수집과 검토 요청을 마다하지 않고 매번 즉각 도움을 준 정한나 선생님, 그리고 어린 자녀 돌보랴 교사하랴 멀리 오고가며 시간을 쪼개어 더 깊은 현장 이야기를 정리해 준 안드레 선생님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선생님들이 내어 준 것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현장의 바쁜 일정 속에서 도움을 아끼지 않은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이 책은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했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의 출판을 맡아주신 양서원 사장님과 수고하신 편집부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25년 5월
연자산을 바라보며 하워드기념관에서
차례
적응: 아이야, 내게 오렴!
너희들의 첫 사회생활을 응원해!
엄마, 보고 싶어요!
선생님이 제일 좋아!
너의 폭풍 성장과 함께 할게
더 깊게 이해하기 | 내 아이의 관계 형성과 첫 사회적 적응
쉬어가기 | 나래반 선생님의 일기장 열어보기 1 : 시윤이의 적응기
성장: 아이야, 함께 가자!
병아리와 닭
미운 세 살 아닙니다
택배 왔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리
냥냥아, 고맙다!
언제든 선생님을 부를 수 있어!
이제, 나도 주세요
이렇게 해 볼까?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웠을까요?
더 깊게 이해하기 | 내 아이의 발달과 놀이 1 (출생~만 2세)
쉬어가기 | 나래반 선생님의 일기장 열어보기 2 : 지훈이의 입퇴소 이야기
동생을 맞아들일 시간이 필요해요
놀이 하나, 경험 둘, 배움 셋
친환경 조미료 약간
다 같이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알아요
넌 할 수 있어!
크리스마스 때 알고 싶은 것
좋은 소통
의미 없는 놀이는 없다
더 깊게 이해하기 | 내 아이의 발달과 놀이 2 (만 3세~만 6세)
쉬어가기 | 나래반 선생님의 일기장 열어보기 3 : 키가 큰 독일 아이, 폴
존중: 아이야, 네가 주인공이야!
내가 짜고 싶어요
예민할 권리
너의 속도대로 가면 돼
재미있는 선녀가 되었어요!
너만의 커리큘럼을 따를게
같은 아이 다시 보기
원아, 네가 주인공이야!
어머니의 우선순위
정책과 현실 사이의 딜레마
넌! 나의 VIP였단다
곤충과 부부싸움
더 깊게 이해하기 | 내 아이에 대한 존중
쉬어가기 | 나래반 선생님의 일기장 열어보기 4 : 새 친구 조세프
사랑: 아이야, 사랑한다!
내 귀 선생님 줄게
어머니, 용기를 내세요!
우리는 원팀
사랑이 무너진 그날
선생님, ○○이 뭐예요?
선생님, 내 자식은 내가 알아서 키워요!
다시 기회가 올 수만 있다면
작은 생명체도 온 맘 다해 사랑해
교사는 아이들의 거울
냄새 나니까 오지 마!
선생님, 우리 집에 놀러 와~
더 깊게 이해하기 | 내 아이 사랑에 대한 재개념화
쉬어가기 | 나래반 선생님의 일기장 열어보기 5 : 원래의 아이들과 재민이 이야기
공감: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는 교사입니다
서로 버팀목이 되었던 우리
교사와 엄마 사이
두 개의 발표회
아버지와 헤어지던 날
동병상련
우리 교실의 창을 되돌려주세요
365일 아팠던 민준이
교사는 어디서든 교사다
기억하지 않아도 언제까지나
더 깊게 이해하기 | 선생님에 대한 공감적 이해
쉬어가기 | 나래반 선생님의 일기장 열어보기 6 : 고라니 유진이의 뭉클 세 마디
참고문헌
나오며
김숙령
고려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아동학전공 석사)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졸업(유아교육 전공 Ph.D.)
미국 NICHD의 Early Child Care Project Assistant 및 Wisconsin Center for Education Research 연구원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Irvine, School of Education 교환교수
국제개발협력 NGO 더멋진세상 ECD(Early Childhood Development)팀 전문위원
현, 배재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주요 저서
유아수학교육, 유아창의성교육의 이론과 실제, 유아감성개발을 위한 토론수업의 실제, 2세아를 위한 놀이 및 교육활동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