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
질문이 아이를 살립니다
교육복지 현장에서 오랫동안 수많은 청소년을 만났다. 무단결석, 학업 포기, 자해, 학 교폭력, 게임 과몰입, 가족 해체, 성 관련 위기까지. 겉으로 보기에 문제행동처럼 보이던 수많은 사례들 뒤에는, 언제나 말하지 못한 이야기와 감정이 있었다.
교사도, 상담자도, 보호자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해할 때가 있다. 무언가 해 주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질 문이 아이를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해왔다.
“요즘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니?”
“그럴 땐 네 안에서 어떤 감정이 올라오니?”
“그래도 네가 포기하지 않은 게 있다면, 그건 뭘까?”
질문은 단지 정보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제대로 건넨 질문은 학생이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하고, 마음속 어딘가에 남겨뒀던 감정을 꺼내게 하며, 때로는 아주 작은 변 화의 의지를 피워내기도 한다. 질문 하나가 학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순간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썼다.
학생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나는 두 가지 관점을 선택했다. 하나는 학생 안의 강점을 발견해 가능성을 키우는 관점이고, 또 하나는 문제에 매몰되지 않고 변화의 길을 찾는 관점이다. 현장과 연구 모두에서 이 두 접근은 학생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가장 효과적임을 보여주었다. 학생에게 “너는 이미 해낼 힘이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는 질문, 그리고 “무엇이 가능하고 어디서부터 바꿀 수 있는지”를 함께 찾는 질문은 그 어떤 조언보다 강력하다. 이 책에 담긴 질문들은 바로 이 두 가지 힘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이 책은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과 함께하는 실천가들이 학생의 마음에 닿는 질문을 자 신 있게 건넬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쓰였다. 교육복지 현장에서 수많은 사례에 자문하고 슈퍼비전을 제공해오며 나는 ‘구조화된 질문’이 실천가의 언어를 더 선명하게 하고, 면 담의 흐름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학생을 살리는 건 거창한 해법이 아니다. 눈앞의 한 아이를 향해 제대로 던진 하나의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그 질문을 찾기 위한 도구이자, 당신이 학생을 만나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
목차
첫걸음
질문이 아이를 살립니다
구조화 면담 질문지 활용 공통 가이드
면담 설계 기본 가이드
제1장 학업문제 및 학습동기 저하 – 노력 부족이 아닌, 신호로 읽기
01. 학업 및 일상 전반의 무기력
02. 성적 불안·부모 기대·비교 위축
03. 학습 동기 저하
04. 시험 회피 및 완벽주의
05. 반복된 실패와 자기비난
06. 과목별 회피 패턴
07. 실행 의지는 있으나 행동 불일치
제2장 또래 관계 및 소속 상실 – 관계 안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
08. 또래 관계 단절·따돌림 경험
09. 반복적 관계 갈등
10. 대인 회피 및 어른 불신
11. 관계 의존 및 순응적 성향
12. SNS·채팅 갈등
13. 공격성 혹은 학교폭력 가해 의심
제3장 정서·심리 곤란 – 감정이 행동을 이긴 순간들
14. 지속적 우울감
15. 불안·공황·예민 반응
16. 자존감 저하 및 자기혐오
17. 정서 조절 곤란 및 현실 왜곡
18. 충동성 및 기분 기복
19. 수면·식욕 변화
20. 자살 사고 표현 또는 암시
제4장 행동·공격성 문제 – 분노와 불안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아이들
21. 수업 집중력 저하
22. 과잉행동 또는 산만함
23. 수업 방해·언어 반항·침묵 저항
24. 또래 대상 폭언·폭력
25. 무단 이탈 및 비행 행동
26. 분노 폭발 및 파괴행동
27. 규칙 반복 위반
제5장 가정환경 스트레스 – 환경이 정서를 흔드는 경우
28. 부모 부재·방임
29. 가정 내 언어·신체 폭력
30. 애착 불안 및 소통 단절
31. 과잉 통제 또는 감정 침범
32. 가정 구조 변화·적응 스트레스(이혼·재혼 등)
33. 다문화·조손가정의 정체성 스트레스
34. 경제적 위기 스트레스
35. 가치갈등·과도한 기대·형제 비교
제6장 진로 및 정체감 혼란 – 꿈은 있지만, 길을 잃은 아이들
36. 진로 목표 부재
37. 실행되지 않는 진로 열망
38. 부모와의 진로 갈등
39. 진로 방향 혼란 및 전환 두려움
40. 진로에 대한 불신 및 실망
41. 비교 기반 위축
42. 자아정체감 혼란 및 성정체성 갈등
43. 직업·학과 선택에 대한 왜곡된 인식
제7장 학교 부적응 및 탈학교화 – 학교에 머무르기 힘든 이유들
44. 지각·결석·등교 거부
45. 학교 회피 및 고통 인식
46. 전학 및 학교 적응 실패
47. 교사·또래 갈등으로 인한 고립 및 불화
제8장 디지털 조절력 문제 – 중독 아닌, 조절력 문제로 보기
48. 게임·모바일 사용 조절 어려움
49. SNS 과몰입 및 비교로 인한 자존감 저하
50. 사이버 괴롭힘
51. 현실 회피를 위한 미디어 몰입·기기 분리 불안
52. 디지털 범죄 노출 및 온라인 도박
53. 온라인 혐오·불법 정보 과몰입
제9장 성·위험 행동 및 위기 신호 – 아슬아슬한 경계에 선 아이들
54. 성적 호기심과 경계 위반 행동
55. 성폭력 피해 및 디지털 성범죄 피해
56. 자해·자살 사고 및 신체 훼손
57. 물리적 탈선 행동(절도·폭행·가출 등)
58. 디지털 불법물 소지 및 범법 행위
59. 학교 밖 어른과의 부적절 관계
제10장 최근 필수 유형 – 증가하는 새로운 위기
60. 은둔형 외톨이 및 사회 단절
61. 정신건강 악화와 약물 남용(처방약·전자담배 포함)
62. 학생의 과도한 권리 인식·교사-학생 권력 역전
63. AI 기반 사이버 괴롭힘·딥페이크 피해
보너스 섹션
복합형 위기학생 면담: 탐색 지도와 우선순위 매트릭스
마지막 걸음
박자양
교육학 박사·강서교육복지센터장
저자는 교육복지 현장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며, 학교·가정·지역사회의 교차 지점에서 수많은 위기 학생들을 직접 만나왔다. 학생맞춤통합지원, 사례관리, 심리·정서 지원, 가정 개입 등 교육복지 전 영역을 경험하며,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지침’을 만드는 데 힘써왔다.
이번 『위기 상황별 학생 면담 가이드 63』은 저자가 현장에서 마주한 실제 고민에서 출발했다. 은둔형 외톨이, 정신건강 위기, 가정 갈등, AI·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사이버 피해까지 변화하는 위기 유형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화된 면담 질문지와 활용 안내서를 담았다. 이는 교육복지를 제도적 지원을 넘어, 학생 곁에서 묻고, 기다리고, 함께 걸어가는 태도를 실천하기 위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교사·상담사·복지사가 현장에서 바로 펼쳐 들고 적용할 수 있는 실천 안내서로 기획되었다.
박자양 박사는 교육복지사·상담사·교사를 대상으로 연수와 슈퍼비전을 진행하며, 위기 학생 지원의 핵심은 “학생 곁에 머물며 묻고, 기다리고, 함께 걸어가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책을 통해 그는 현장 전문가뿐 아니라 예비 교사, 대학(원)생, 교육 관련 연구자들까지 폭넓은 독자들에게 위기 학생 면담의 실제 언어와 방법을 전하고자 한다.
저서로는 『학생맞춤통합지원과 교육복지 실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