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글
시간이 흘러 할머니 때를 살고 있습니다. 어제와 변함없는 생활 그대로지만, 손주가 생겼습니다. 나와 가족의 세상 성공을 위한 가치관으로 그저 내 욕심을 부리며 살았습니다.
요양보호사가 되어 어르신을 돌봐드리며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잘 것이 없고, 내놓을 것이 없는 인생이지만 지나온 시간을 곱씹어봅니다.
어려서부터 나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의 권위를 거슬러 살았습니다. 술 드시는 아버지를 무시하고, 아버지를 박대한 어머니를 원망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이기적으로 공부하느라 진심 어리게 친구와 우정을 나누지 못했습니다.
결혼이라고 했지만 남편을 돕는 배필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남편으로부터 무시 받은 만큼 외면했습니다.
며느리가 되어서도 내 자녀만 챙기느라 시부모님은 안중에도 없이 나 몰라라 지냈습니다.
부모로서 자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했는데, 세상에서 잘 되는 것만 바라며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판기처럼 대했습니다. 문제가 많은 엄마였습니다.
형제들과 서로 신뢰하며 따뜻한 정을 나누지 못한 것을 이 처지가 되어서야 깨닫습니다.
그동안 잘못 살아온 것을 고백합니다. 어르신을 돌봐드리며 예전에 지나쳤던 것을 새롭게 돌아보고 있습니다. 접하는 사람에게 무심했고, 이들을 진정으로 섬긴 일이 없습니다. 돌봄을 받기만 했던 내 이기적 태도를 반성합니다. 이제라도 손과 발을 동원해 손주들을 진심으로 돌보려고 합니다.
이 일기는 저를 돌아보는 성찰이고 회개입니다. 이별을 앞둔 어르신과 동행, 사소한 일상, 수수한 대화의 기록입니다. 인생의 끝자락에 선 평범한 분들과 나눈 대화는 진
솔하고, 그래서 귀합니다.
빈궁한 집안에 시집온 이송경 새언니와 홍옥순 올케에게 감사드립니다.
돌봄 활동을 할 수 있게 가르쳐주고 도와주신 요양보호사교육원 원장님, 요양보호센터 원장님과 사회복지사님, 동료 요양보호사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어준 가족, 평소 배려로 감싸주는 대학 동기생들, 서로 돕는 교회의 공동체 교우님들, 고맙습니다.
이 성찰일기의 출판을 맡아준 양서원과 집필에 기꺼이 동의해 주신 어르신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주님께 온전히 감사드리며, 험난한 인생을 살아내신 구순의 친정어머니와 함께 읽겠습니다.
2025년 가을
최보심
차례
머리글
▲ 초보 돌봄(2023년 8월 28일 ~ 10월 12일)
■ 얼치기 돌봄(2023년 10월 23일 ~ 10월 31일)
● 돌아보며 돌봄(2023년 11월 6일 ~ 2024년 8월 27일)
최보심(崔寶心)
경북 울진 출생(1961)
춘천여자고등학교 졸업(1980)
숭실대학교 사회사업학과 졸업(1987)
서울시 요양보호사자격 취득(2020)